작성자: 박예주 활동가

10.29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지 500일, 두 번의 겨울을 넘어 거의 1년 반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참사 유가족들의 간절한 요구를 정부는 이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참사의 발생 원인•수습과정•후속조치 등 이태원 참사 전반에 걸쳐져 있는 사실관계와 책임의 소재를 확실하게 밝히고, 참사 희생자의 명예회복•지속적인 추모를 위한 추모사업, 피해자 회복을 위한 간병비•심리 지원 등의 각종 지원을 통하여 10.29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할 것을 국가에 촉구합니다. 특별 조사위원회 설치 등 진상규명과 추모기념관•추모사업•생활비 지원 등의 피해자 지원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하여 반드시 시행되어야 합니다.

이태원 참사는 우리 모두와 직접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건입니다. 그 누가 이 참사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요? 저 역시 그날 친구들에게 불안하고 무서운 마음으로 안부를 확인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납니다. 그 당시 제가 다니던 학교의 커뮤니티에서는 이태원에 무슨 일이 생겼다는 글들이 끊임없이 올라왔고, 저는 겁에 질린 채로 잠도 자지 못하고 사건의 경과를 계속 지켜보았습니다. 동시에 많은 분이 희생되고 다치던 당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스스로가 너무나도 무력하게 느껴졌습니다. 지금도 사람이 많은 지하철을 타거나, 인파에 휩쓸려 계단을 오르내릴 때 덜컥 두려움이 몰려오기도 합니다.

이태원 참사는 수많은 사람에게 집단적으로 트라우마가 된 큰 사건입니다.

이태원 참사는 단순 사고가 아닌 엄연히 현 정부의 안전 조치 미흡으로 발생하게 된 사회적 재난입니다. 정부는 그들이 당연하게 해야 하는 '안전 통제'의 의무를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이태원 참사 당일 몇 시간 전부터 있었던 안전사고에 관한 우려와 지원 요청은 무시당했고, 이는 돌이킬 수 없는 대규모 참사의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자신들의 의무 불이행으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 이후에도 국가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시민 안전에 대한 무관심, 우선 출동 신고에도 출동하지 않았던 경찰의 행보, 인파 관리에 소홀했던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시스템 등을 시민들은 과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정부가 시민들을 재난으로부터 보호해 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누구를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우리는 참사의 책임을 서로에게 넘기는 국가의 모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습니다. 하루 빨리 재난 관리 책임기관들 전반에 관한 포괄적인 조사를 제대로 하고,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분들의 권리보장을 위한 조치를 시행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우리는 참사의 구조적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길 희망하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권을 거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