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는 <양성평등기본법> 제38조에 의거하여 매년 9월 1일부터 7일까지 양성평등주간으로 기념한다. 이 법의 취지는 ‘남성과 여성의 조화로운 발전을 통해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실질적인 양성평등사회 실현을 촉진하기 위함’으로 명시하고 있다. 수원시는 2010년부터 3차례에 걸쳐 여성친화도시로 지정을 받았고, 두 차례에 걸쳐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명실공히 여성친화도시, 성평등 도시로 비추어지고 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주무 부서인 여성정책과에 배분된 예산이 전체 수원시 예산의 0.87%, 복지여성국 예산의 1.29%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가족지원 예산에 대부분이 소요된다. 여성친화도시의 5대 목표인 ▲성평등 추진 기반 구축 ▲여성의 경제·사회 참여 확대 ▲지역사회 안전 증진 ▲가족친화(돌봄) 환경 조성 ▲여성의 지역사회 활동역량 강화에 소요 되는 예산은 그중에서도 극히 미미하다.
‘여성친화도시’로서의 위명 이면에 수원시는 성폭력 범죄로 악명을 떨치는 위험한 도시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올해 상반기 수원여성의전화 부설 성폭력·가정폭력 상담 건수만도 1,999건에 달하며, 2023년 디스코팡팡, 2024년 K-XF 성착취 성산업, 연쇄 성폭력 가해자였던 박병화 수원으로 거주지 이동, 텔레그램 딥페이크 등의 이슈들이 ‘수원’과 연결되면서 지역사회에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렇게 지역 내에 풀어야 할 과제가 늘어나지만, 이러한 과제를 담당하는 주무 부서는 여성정책과에 한정되어 정작 중요한 이슈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실례로 지난 4월 수원메쎄에서 여성의 몸을 착취하여 수익사업을 하려던 K-XF를 수원시민의 힘으로 막아낸 사례에서 행정을 대표하여 여성정책과가 파트너로 소통하였지만, K-XF를 막기 위한 입장을 변화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당시 저지 근거를 ‘여성에 대한 성 상품화, 성착취 어디서도 안된다’로 하였으나, 결국 개최 예정지인 수원메쎄 인근 50m 이내에 서평초등학교가 있어 K-XF가 청소년 유해환경이라는 이유로, ‘교육환경보호에관한법률’에 근거하여 막아냈다. 이러한 결과는 장소만 달리한다면 비슷한 종류의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문제를 내포하기에, 이후 일련의 과정을 아우르고 대책을 마련하는 토론회를 수원시와 시민사회가 함께 열고자 하였다. 그러나 제대로 성사되지 못하고 2개월 반이 지난 7월 6일, 청년청소년과가 주관한 ‘청소년성장지원 300인 원탁토론회’(이하 ‘300인 토론회’)에 이 이슈를 소환하여 진행하였다.
문제는 청년청소년과가 주관한 ‘300인 토론회’가 토론회의 이슈로 삼은 두 사건, 실질적으로 성착취 행사였던 ‘성인페스티벌’과 ‘디스코팡팡’이 내포한 핵심적 문제에 접근하지 못한 채, 성인지감수성이 매우 떨어지는 이벤트성 행사로 토론회를 마감했다는 사실에 있다. 여기에는 여성정책과도, 여성시민사회도, 당시 성착취 행사 개최 저지를 위해 만들었던 대책회의도 관여할 수 없었고, 성평등 전문관의 역할도 없었다. 전형적인 칸막이 행정에 구색갖추기 이벤트로 여성친화도시 수원의 한계와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내었다.
우리나라는 세계 146개국 중 성평등 순위(성격차지수)가 2023년 105위로,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일지 몰라도 성평등 부문에 있어서는 후진국과 다름없으나 대통령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하며, 현실을 외면하는 정부 수장에 따라 지자체 행정기관도 여성정책 홀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민주주의의 완성은 성별에 상관없이 모두가 시민으로서 동등한 대우를 받으며, 차별 없이 일하고 돌보며 안전하게 일상을 살아갈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양성평등주간을 맞이하여 수원시에는 포럼, 캠페인, 기념식 등 다양한 이벤트가 벌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연례행사를 넘어 성평등 추진체계 구축과 작동에 진정성을 담아 성평등한 도시로의 도약에 수원시는 내실 있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행정기관의 칸막이를 허물고, 여성정책과의 역할을 확대 강화하고, 현장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수원시 정책에 반영하는 제대로 된 민관 협력체계를 구축해 가기를,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진정한 ‘여성친화도시’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수원여성단체네트워크, 수원시민사회단체협의회
2024. 9.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