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지난 5월 11일, 이옥선 할머니께서 별세하셨습니다.

공부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열다섯 어린 소녀는 영문도 모른 채 타지로, 타국으로 끌려갔습니다. 창문도 없는 기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중국의 일본군 비행부대였습니다. 그곳에서 할머니는 일본군성노예제 피해를 당하셨습니다. 자유 하나 없는 그곳에서 할머니는 해방 소식도 모른 채 갇혀 있어야 했습니다.

해방 이후에도 할머니는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중국에서 사시다가 한국으로 귀국하셨습니다. 할머니는 반평생 동안 꿈에도 그리던 고향 땅에 돌아와 살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고향 땅에서 할머니는 수요시위, 해외 증언 등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셨고, 21년 일본국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승소판결의 당사자이며 광주 남구 평화의 소녀상의 모델이셨습니다.

건강이 좋지 않아 누워계실 때도 수요시위에 나가고 싶다는 말을 하시던 할머니는 결국 1700차 수요시위를 며칠 앞두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향년 97세로 별세하신 이옥선 할머니께서는 위안부 피해와 문제 해결을 위해 힘껏 목소리를 내주셨습니다. 아픈 과거를 헤집는 고통에도 눈을 가리고 진실을 보려고 하지 않으려하는 이들에게 진실을 알리려 한국뿐만이 아니라 미국을 시작으로 호주, 독일, 일본까지 전 세계를 누볐습니다. 할머니께서 바라는 것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받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진정한 사과는 커녕 우리나라의 인정마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존재하고 앞장서서 목소리를 내고 있음에도 극우 세력은 피해자들을 손가락질하고 그들이 겪은 피해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수요시위를 폄하하고 소녀상의 철거를 촉구하며 피해자를 모욕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고 침묵하고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이옥선 할머니께서 별세하심에 따라 이제 우리 곁에 남은 살아있는 역사이자 직면해야 하는 현실은 여섯분입니다.

이 여섯분 마저 그 아픈 시절에 대한 존중을, 정당한 배상을, 진심어린 사과를 뒤로하실 수는 없습니다.

위안부 문제는 시간이 지난다고 한들 잊히고 지워질 과거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어지고 뜨겁게 타오를 역사입니다.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고 싸워나갈 것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한들 하늘은 가려지지 않고 오히려 시야를 가리게 됩니다. 눈을 가린 채로는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볼 수 없습니다. 일본군성노예제라는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여 자신의 시야를 가리지 마십시오.

과거의 아픔을 딛고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할머니들에게 평화로운 미래를 드리기 위해 우리는 연대하고 함께할 것입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행보에 발을 맞춰서 함께 걸어나가 주십시오.

우리는 오늘 수원수요문화제를 통해 다음과 같은 요구사항을 전달합니다:

하나. 일본 정부는 올바른 역사를 인지하고 교육하라!

하나. 일본 정부는 반인도적인 전쟁 범죄를 인정하고 피해자들에게 진정으로 사과하라!

하나. 한국 정부는 극우 세력의 피해자들에 대한 도 넘은 모욕을 처벌하고 피해자의 명예회복을 보장하라!

2025년 6월 4일

수원평화나비 수원여성인권돋음 및 제98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원수요문화제 참가자 일동

<자유 발언문>

작성자: 청년공익활동가 김민주